삼성특검과 관련하여 이건희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구입하였다고 알려진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문제의 작품은 시가 90억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시국에 이러한 과시적소비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불균형적 사회구조를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과시적 소비는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효율성에 따른 자원배분을 통해 경제적 후생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순기능을 무력화시켜 버린다.

 
 ‘베블린 효과’란 시장가격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선호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행복한 눈물효과”는 이러한 과시적소비로 야기된 자본주의의비효율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역효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유한계급의 이러한 비이성적인 소비행태는 자본주의의 시장기능,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격의 매겨짐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여 자원배분을 최적화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90억이라는 자원이 한 점의 그림으로 창고에 모셔진다고 상상해보라.

기업의 경쟁력은 투명성

 주식투자가 최근에 저금리를 극복하기위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주식자산의 장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의심의 저변에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특히 기업의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사실상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 기업의 지배구조는 주식자산에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비자금을 빼돌리고 그 돈을 정관계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조 단위에 이르는 차명자금을 관리했다는 의심과 정황이 드러나는 현실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시장에서 주식의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작용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한국주식의 평균적인 가치절하의 중요 원인 중 하나는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을 없을 정도이다. 외국, 특히 우리가 받아들인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의 경우 기업의 존재가치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이다. 비자금을 만든다는 것은 주주에게 돌려줄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이고 만약 우리나라에서 삼성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실제로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 사태를 보면 회계부정과 임직원의 부정에 대해 가해진 대가는 혹독하였다. 미국 7대기업으로 성장한 엔론사는 회계부정과 부적절한 정관계로비로 부회장은 자살하고 CEO에게는 24년 4개월의 형이 선고되었으며 직원들은 퇴직금도 없이 길거리로 쫒겨 나야만 했다.

주식의 장기전망은 경제적 문제 일 뿐 만 아니라 정치적문제다.

 주식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의 과실이 주주자본에게 최종적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 자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시스템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자산관리를 통해 부를 형성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주식은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그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들을 보더라도 산업화과정을 거쳐 축적된 부가 금융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장기투자는 주식투자의 바이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어도 세계가 경험한 주식투자의 역사는 그러한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보인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미래는 어떠한가? 과연 장기투자를 통해 충분한 보상을 줄만한가? 이러한 의문을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그렇다’, ‘아니다’라고 답하기 어렵다. 사업의 성패가 사업을 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 변수이듯이 한국시장의 장래는 한국 사람들이 기업문화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기업의 회계적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견제하고 제도를 정비해나간다면 동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는 매우 향상될 것이다.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가치를 높이고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자금을 용이하고 값싸게 조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반면 기업의 부조리한 관행에 관대한 사회는 낙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신뢰받지 못하는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

사회적 참여가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것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즐비하다. 조선 산업은 창사 이래 최대의 호황을 수년 째 이어오고 있으며 당분간은 어떤 경쟁자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반도체와 LCD 디지털TV분야에서 한국기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10개의 나라에 속해있으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자동차산업을 시작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 세계에서 MS word가 단돈 1만에 팔리는 나라이고 월마트가 진출한 이래 패배한 유일한 유통국가가 우리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주식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분단국가라는 이유하나로 설명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기업의 이익이 불투명한 회계절차로 숨겨지거나 비자금을 조성해서 사적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제도가 정비되고 존중되지 않는 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도의 정비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 합의는 관행적 부패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민의 참여는 궁극적으로 기업을 신뢰를 높여 투자자에게 이익으로 보상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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