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의 악순환을 해결하라.

지난해 추석 연휴, 금융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소식이 들려온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동안 각 나라들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각종 완화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특히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유동성을 극대화했다. 한국도 9개월 째 2%의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이러한 초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이제 귀에 익숙하니 말이다. 정책금리는 2%이지만 시중 금리는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동만 걸렸을 뿐이다. 소문만 무성한 시중 금리의 인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시중금리 상승폭은 훨씬 더 커진다. 빚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뜨끔한 이야기이다. 갚아야 할 빚은 그대로인데 이자부담까지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근 1년 동안은 초저금리 통화정책 덕분에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풀린 돈을 회수하겠다며 연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기준금리는 8개월째 2%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8월 6일 2.42% 였던 CD금리가 11월에는  2.79%로 근 3달 만에  0.57 % 포인트 상승했다. 그리고 CD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CD(91일물) 금리에 일정한 이자율을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계신용대출도 CD금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품들이 꽤 많다. CD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CD금리 상승폭은 더 커지고,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자부담은 빠르게 늘어나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이자를 부담할 능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은 줄고, 저축률은 하락했다. 2009년 1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전년동기 3.7%줄어든 359만원에 그쳤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5%까지 상승했던 가계저축률은 2009년 상반기에 5.1%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OECD국가 중에 최하위권이다. 이자부담은 날로 늘어가는데 가계의 부담능력이 바닥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푸념만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다. 빨리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일단 가계부채의 첫 번째 진원지인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부분 부채의 진원지를 주택담보대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번 만들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보대출금리의 두배에 이르는 높은 이자다. 급여통장을 CMA로 잘 관리한다 해도 1년에 10만원의 이자를 받기가 힘든데,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 하나로 1년에 약 60만원의 이자를 지출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역시 통제가 되지 않으면 과소비와 부채 유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과제이다. 통제에 자신이 없다면 과감히 없애버려도 좋다.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 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상환계획을 철저히 짜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구입에는 매우 다양한 경제적, 심리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간단히 말한다면 한국에서 내집 마련이란 성공적인 재테크의 모본이고 성공한 인생을 보장하며 품위유지와 자녀의 교육환경 조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은 현재의 모든 자산을 동원하고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내집 마련에 올인 하는 우를 범한다. 대출금 상환이나 대출의 위험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말이다. 바로 이것이 부채의 늪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대출이자가 정 부담이 된다면 팔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포기할 수 없는 자녀의 교육환경 때문에 선뜻 아파트를 팔지 못한다. 그러다가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 더욱 더 팔 수가 없다. 팔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한번 받으면 되돌릴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대출 상환에 대한 철저한 기회비용을 고려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15년간 상환할 경우 원리금은 모두 약 1억 6,300만원이 된다. 30년간 상환할 경우 약 2억 4,000만원이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다. 그러므로 단지 현재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미래의 예상 소극까지 감안한 상환계획을 세워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 지출을 줄이고 저축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말은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도 가장 지키기 힘든 것이 바로 지출 통제와 저축이다. 많은 가정의 부채가 단지 신용카드나 마이너스 통장 또는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낭비되는 지출과 그로 인한 저축의 감소가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러므로 생활비, 보험, 신용카드, 교육비, 대출상환 등 모든 지출을 자세히 분석하고,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들려오고 있다. 국가 부채는 국채를 발행해서 해결하고 후대에 떠넘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내가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았는가? 결국 우리의 자녀들이 이를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부채 악순환의 고리는 너무도 쉽게 형성되지만 매우 단단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한걸음 내딛기 바란다.

 
머니트리 재무설계사 이 정 훈

AFPK/공인재무 설계사
다음 카페 "재무설계로 푸는 부자의 꿈"
(//cafe.daum.net/Moneytree) 운영자
한경비지니스 칼럼니스트
월간골프 칼럼니스트
서울시복지재단 & 한국FP협회
파이냔셜플래닝 전문강사 및 상담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