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종합자산관리계좌)가 다시 한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8월부터 증권사의 지급결제가 허용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에 불이 붙었고, 거기다 증권사들이 특판 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증권사 사이에도 경쟁이 붙었다. 그로 인해 평균 연2.5% 수준이던 CMA의 금리가 현재 최고 5%까지 상승했다. CMA가 마치 재테크의 대명사가 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물론 금융회사들간의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리고 CMA는 분명히 좋은 상품이다. 보통 은행의 요구불 예금 금리가 0.2-0.3%인데 비해 CMA는 보통 2.5% 이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금을 단기간 운용하기에 유리하며,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에 비해 수시 입출금이 편하다. 또한 증권사의 지급 결제 허용으로 자금결제, 자동이체, 송금 등의 금융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 CMA 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최고로 이익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해 놓고 나중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익을 얻게 될 수도 있고, 수익 이외의 면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CMA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묻지마 투자가 될 위험성이 높다. 그러므로 가입하기 전에 꼼꼼히 CMA라는 상품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CMA는 단기 운용 자금을 넣어두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전세자금, 투자처를 찾기 전의 대기 자금, 비상금 등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어야 하고 보관의 성격이 강한 돈이라면 은행에 예치시키는 것보다 유리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의 고금리 상품에는 약정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러한 약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가입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기로 자금을 굴리기 위해 가입했다가 ‘일정기간 이상 예치하겠다’는 식의 고금리 약정에 걸려 마음대로 입출금을 못하거나, 약정한 이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는 1년 이상 예치하고, 1,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5.1%의 금리를 적용한다. 또 다른 증권사는 2개월 동안만 300만원에 한해서 5%의 금리를 적용한다. 결국 고금리는 정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눈길 끌기나 물량 공세인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단지 고금리를 제공한다는 광고문구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고금리를 적용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 약정을 어겼을 때 페널티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CMA가 적합한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이나 앞으로 고액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는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 은행은 보통 고객의 과거 실적에 따라 대출 한도와 이자율을 정한다. 계좌를 은행 통장과 CMA로 나눠 쓰다 보면 실적이 양분되어서 대출을 받을 때 불리해 질 수 있다. 은행 통장을 아예 CMA로 갈아타려고 하는 사람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증권사 CMA는 대출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과 제휴해서 마이너스 대출을 중개해주는 증권사가 있기는 하지만 부가적인 서비스일 뿐이다.

은행에 급여 계좌를 개설하면 대출시 보통 0.1 – 0.2% 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을 준다. CMA는 당장은 이득을 보는 것 같지만 급여소득자의 경우 한 달에 몇 백 만원의 돈을 넣어서 금리 1-2%더 받는 것보다 대출 금리 0.1% 포인트의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은행과의 관계를 계속 지속하면서, CMA계좌는 단기 자금 관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8월 지급결제기능의 허용으로 인해 CMA가 획기적인 상품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또 다른 현실이다.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백화점 등 1,300여개 제휴업체 중에서 아직 증권사와 지급결제 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 500여개 라고 한다. 게다가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은행계 카드회사와는 제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에 더해 수수료나 이체시간 등에서 생각지 못한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증권사와 은행이 제휴해서 가상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수수료가 무료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증권사가 소액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가상계좌가 없어졌고 그래서 다시 수수료 부담이 발생했다. 물론 증권사가 고객을 끌기 위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거나 회사가 부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출금수수료는 대부분 무료이다. 하지만 입금이나 계좌 이체 수수료의 경우 조건마다 부과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자주 입금, 출금이나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라면 이 또한 꼼꼼히 체크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묻지마 투자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고수익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는 CMA 같은 상품을 이용할 때에도 CMA의 장, 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상품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묻지마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는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속담처럼 투자의 길을 걸을 때에도 첫걸음부터 신중히 걸어야 한다. 그처럼 신중한 투자의 한걸음 한걸음이 독자들을 즐거운 투자로 인도할 것이다. 

 이 정 훈
AFPK/공인재무 설계사
다음 카페 "재무설계로 푸는 부자의 꿈"
(//cafe.daum.net/Moneytree) 운영자
한경비지니스 칼럼니스트
월간골프 칼럼니스트
서울시복지재단 & 한국FP협회
파이냔셜플래닝 전문강사 및 상담요원